“사이비 종교, 담배, 공황. 그 시절에 저를 찾아왔어요.”
과거의 저는 평범한 고등학교 영어 교사였어요.
아니, 어쩌면 ‘겉보기엔’ 평범했는지도 모르겠어요.
사실 제 마음 깊은 곳엔 말 못 할 어두운 면이 항상 있었던 것 같아요.
그 시작은 제 학창 시절부터 조짐이 있었어요.
어릴 때부터 외로움이나 외모 콤플렉스가 늘 함께 였던 것 같아요.
이른 나이에 잘못된 다이어트로 인해 오랜 시간 우울감에 시달렸고,
식사에 대한 불안정한 조절과 자기혐오가 반복됐지만
그 누구에게도 쉽게 털어놓을 수 없었어요.
어디부터 잘못된 건지도 인지 되지 않았거든요.
겉으로는 아무 문제 없어 보였기에,
오히려 더 외롭고 고립된 감정 속에 있었던 것 같아요.
그렇게 시간이 흘러,
8년 전 처음 교단에 섰던 순간이 기억납니다.
도심에서 멀리 떨어진 작은 지역의 학교였어요.
처음엔 설렘과 기대가 있었지만,
현실은 생각보다 훨씬 녹록지 않았습니다.
젊은 교사로서 패기 넘치게 많은 일을 맡았는데,
작은 학교에서 여러 일들이 몰렸고
거절하지 못해서 꾸역꾸역 다 받아들였어요.
매일 새벽같이 출근해 밤늦게 퇴근하는 생활이 반복됐습니다.
가족도, 친구도 없이 혼자 지내던 낯선 지역에서
점점 지쳐갔고, 마음도 점차 무너져갔죠.
그러다 어느날 아침,
눈을 뜨는 것이 두려워지고
문득문득 이유 없이 눈물이 흘렀어요.
심장이 조여오고 숨이 막히는 듯한 순간들이
종종 저를 덮쳤습니다.
공황이 찾아왔죠.
그 고통 속에서 스스로를 보호하려는 마음에
처음 담배를 손에 쥐게 된 날도 있었죠.
건강을 해칠 수 있다는 걸 알면서도
판단력이 흐려지고 일순간의 도피처가 필요했어요.
그 시기에는 마음이 약해지니 이상하게도
제 주변에 그 틈을 이용하려는 사람들이 많아졌습니다.
겉으로는 친절해 보이지만,
결국 저를 이용하려 했던 사람들 속에서
한때는 사이비 종교에까지 휘말리게 됐어요.
지금 돌아보면 너무나 낯설고 슬픈 기억이지만,
그 당시의 저는 정말 힘들고 지쳐 있었어요.
무언가를 선택하고 판단할 힘조차 없던 시기였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시간 속에서 제게 단 하나의 빛은 있었습니다.
바로, 학교에서 만난 아이들이었어요.
아이들과 웃고 이야기 나누던 시간은
저를 다시 살아가게 만든 원동력이었어요.
하지만 그 따뜻함 하나만으로 모든 상처가 회복되진 않았죠.
그 시절엔 제 자신을 돌보지 않았고,
사진 한 장, 기록 하나 남기지 않았다는 걸
뒤늦게야 깨달았어요.
매일 환경 탓만 했던 것 같아요.
“내가 뭘 할 수 있겠어. 상황이 이런데…”
그런데 어느 날, 문득 깨달았어요.
진짜 변화는 바깥이 아니라 내 안에서 시작된다는 것을요.
지금은 그 모든 경험과 지나온 시간들,
그리고 현재의 순간들을 많은 분들과 나누고 싶습니다.
이 이야기가 지금 힘든 시간을 지나고 있는 누군가에게
작은 위로가 될 수 있기를 바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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